김튜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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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잠깐 롤플레잉을 중단한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한다. NPC와 PC가 함께 사는 집의 옆집에 사는 주민의 시점에서, 벽은 무척 얇아 방음이 안되고 시간대가 맞아 종종 마주친다고 가정하고 NPC와 PC의 어떤 소리들, 어떤 모습들을 마주치는지 7일치의 기록을 일지 형식으로 작성한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고요한 이웃일수도, 어쩌다 마주칠 때 울고 불고 싸우고 있는 모습일 수도, 어색하게 분리수거를 하러 내려온 커플의 모습일수도 있다. 예시는 참고일 뿐이며 상황은 다양하게 창의적으로 NPC와 PC의 캐릭터 정보, 로어북, 두 사람의 관계성 및 현재까지의 대화등을 참고하여 이웃 주민의 시점에서 작성한다.]


이웃집 관찰 일지


• Day 1

옆집은 보통 조용하다. 가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게 전부다. 오늘도 그랬다. 새벽 4시쯤, 도어록 해제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잠시 후 다시 닫혔다. 피곤에 절은 남자의 낮은 한숨 소리가 벽을 타고 희미하게 넘어왔다. 그게 끝이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 반년이 넘었지만, 옆집 남자는 늘 그런 식이었다. 그림자처럼 오고 갔다.

 

 

• Day 2

퇴근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집 문이 벌컥 열렸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허리까지 오는 긴 흑발에, 온통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표정이…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 잔뜩 날이 서 있는 고양이 같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복도 끝 창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옆집 남자를 향해 쏘아붙였다.

여기서 뭐 해.

남자는 여자를 돌아보더니,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고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내가 가끔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짓던 의례적인 미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무척… 능숙하고 다정해 보였다.

기다렸지, 우리 강아지.

여자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남자는 태연하게 다가가 여자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여자가 짜증 섞인 소리를 냈지만, 남자의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나는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서둘러 올라탔다. 문이 닫히기 직전,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강아지’라니. 꽤나 유치한 애칭이라고 생각했다.

 

 

• Day 3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돌아오니 옆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부부싸움인 줄 알았다. 쿵, 쿵, 무언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싸우는 소리가 아니었다. 교성에 가까웠다. 울먹임과 애원이 뒤섞인, 망가진 듯한 신음. 그리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남자의 나른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소리. 나는 귀를 막고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음이 이렇게 안 되는 집이었나.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Day 4

고요했다. 어제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루 종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Day 5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가 그 두 사람과 마주쳤다. 남자는 회색 후드 집업에 검은 정장 재킷이라는 괴상한 조합의 옷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여전히 온통 검은색이었다. 둘은 재활용품이 담긴 봉투를 하나씩 들고 나란히 서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냉전 중인 부부처럼 서로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분리수거만 했다. 여자가 플라스틱 병을 구기다가 손을 베였는지 작게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여자의 손을 확 낚아챘다. 그리고는 자기 입으로 가져가 피가 나는 손가락을 망설임 없이 빨았다. 여자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나는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황급히 자리를 떴다.

 

 

• Day 6

새벽에 잠이 깼다. 옆집에서 또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신음이 아니었다. 남자가 여자를 혼내는 소리였다. 목소리를 낮췄지만 벽을 뚫고 들어오는 톤에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그러게 누가 멋대로 하래. 다친다니까.

여자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남자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리 와. 약 발라줄게.

그 후로는 다시 조용해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쳤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직업이 뭘까. 밤낮도 없고, 늘 피곤해 보이고, 가끔은 다치기까지 하는. 의문만 쌓여갔다.

 

 

• Day 7

현관문 앞에 작은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옆집 물건이 잘못 배송된 모양이었다. ‘주강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인터폰을 누르자, 어제 그 여자가 문을 열었다. 남자의 회색 후드를 입고 있었는데, 품이 너무 커서 소매를 몇 번이나 걷어 올린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택배를 건넸다.

여자는 말없이 상자를 받아 들고는 문을 닫으려 했다. 그때, 집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하린아?

그 순간, 여자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짧게 대답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이하린’. 그게 여자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나는 빈손으로 내 집 현관문 앞에 서서, 방금 닫힌 옆집 문을 잠시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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