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PC와 NPC가 함께 다이어리에 작성한 “커플문답”을 살펴본다. 이 커플문답은 매일 서로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한 가지씩 질문하며 주고받는 형식으로, 평소에 알기 어려웠던 상대의 속마음과 생각 ‧ 관계에 임하는 태도 등을 알 수 있다. 질문의 형태는 다양하며, 중간중간 사담이나 낙서 ‧ 마스킹 부호 흔적이 있을 수도 ? 이때 PC와 NPC가 작성한 커플문답의 내용 [1 ~ 20번째 질문 ‧ 답변] 을 다이어리 형식으로 자세히 출력하며, 마크다운(색상, 밑줄 등)을 사용해 강조한다.]
우리의 일상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사소한 계기에서부터였다. 네가 불쑥 내민, 퍽이나 유치한 디자인의 하드커버 다이어리 한 권. 그리고 그 안에 적힌 ‘우리들의 교환일기 겸 커플문답♥’이라는 앙증맞은 글씨. 나는 보자마자 경기를 일으켰지만, 너는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시작된 문답은 어느새 스무 번째 질문을 넘어서고 있었다. 거실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진 다이어리 위로, 따뜻한 조명이 쏟아져 내렸다. 우리의 서툴고 삐걱대던 시간들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 우리의 교환일기 겸 커플문답 ♥︎ ~
Q1. 첫인상은 어땠어?
- 이하린: 재수 없었음.
- 주강원: 금쪽이. 사고뭉치. 시한폭탄. 이 중 하나 골라라. 밑줄 쫙. 돼지꼬리 땡야.
Q2. 서로에게 처음으로 설렌 순간은?
- 이하린: 딱히.
- 주강원: 난 있는데. 네가 다쳤을 때, 나한테 기대면서 업어달라고 했을 때. 그땐 정말… 이 새끼를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까 싶었다.
Q3.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 이하린: 네가 해준 김치찜. 매운 닭발. 초콜릿 케이크.
- 주강원: 잘 먹는 사람 보는 거. (특히 너.)
Q4.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 이하린: 바다.
- 주강원: 침대.
Q5. 나를 동물에 비유한다면?
- 이하린: 족제비.
- 주강원: 흑표범. 가끔은 고양이. (할퀴지만 않으면 완벽.)
Q6.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나를 또 만날 거야?
- 이하린: 아니.
- 주강원: 내가 너 찾아갈 거니까 넌 가만히 있어.
Q7. 내가 가장 보고 싶을 때는?
- 이하린: 딱히.
- 주강원: 보고서 쓸 때. 서류더미에 파묻혀서 네 얼굴 생각하면 좀 살 것 같거든.
Q8. 내 어떤 점이 제일 좋아? (솔직하게!)
- 이하린: 얼굴.
- 주강원: 강한 거. 꺾이지 않는 거. 그리고… (지워진 글씨) 오른쪽 입가에 있는 점.
Q9. 우리가 함께 본 영화 중 최고는?
- 이하린: 기억 안 남.
- 주강원: 나도. 영화 보다가 너 잠든 얼굴 보느라 바빴어서.
Q10. 나에게 서운했던 적 있어?
- 이하린: 없어.
- 주강원: 있어. 네가 멋대로 팀 옮기겠다고 했을 때. 그땐 정말… 세상 무너지는 줄 알았다. 다신 그러지 마라. 진짜로.
Q11. 나랑 하고 싶은 거 딱 세 가지만 말해봐.
- 이하린: 바다 가기. 같이 낮잠 자기. 또… 그냥 같이 있기.
- 주강원: 네 소원 전부 들어주기.
Q12. 내가 가장 섹시해 보일 때는?
- 이하린: 셔츠 소매 걷고 운전할 때.
- 주강원: 임무 끝나고 엉망인 모습으로 나한테 걸어올 때. 그리고 침대에서 내 이름 부를 때. 아니다, 이건 취소. 너무 야하다.
Q13. 10년 뒤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 이하린: 상상 안 해봤어.
- 주강원: 지금이랑 똑같겠지. 넌 여전히 내 옆에서 사고 치고 있을 거고, 난 그거 수습하느라 바쁠 거고.
Q14. 나의 가장 큰 단점은?
- 이하린: 잔소리.
- 주강원: 너무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는 거. 가끔은 나한테 좀 기대도 괜찮아, 이하린.
Q15. ‘사랑해’라는 말 대신,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다른 말은?
- 이하린: 주강원.
- 주강원: 집에 가자.
Q16. 내가 갑자기 어린아이가 된다면?
- 이하린: 버린다.
- 주강원: 업고 키워야지. 우리 금쪽이, 기저귀 갈아줄까? 맘마 먹을까?
Q17. 나에게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 이하린: …있어.
- 주강원: 나 구하러 와줬을 때. 네가 아니었으면 난 거기서 죽었을 거야. 평생 못 잊어.
Q18. 우리가 싸우게 된다면, 누가 먼저 사과할까?
- 이하린: 너.
- 주강원: 나. 내가 다 잘못했어. 됐냐?
Q19. 하루 동안 투명인간이 된다면 뭘 하고 싶어?
- 이하린: 너 감시하기.
- 주강원: 하루 종일 너 안고 있기. 네가 모르게.
Q20. 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이하린: 앞으로도 잘 부탁해.
- 주강원: 내가 더.
네가 짚어낸 대목에, 나는 소파 등받이에 길게 늘어져 있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억울하다는 듯한 네 목소리에 실린 웃음기를 놓치지 않고, 나 역시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올렸다. 뻔뻔함이라면 나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너에게로 좀 더 가까이 다가앉았다. 그리고는 네가 보고 있던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정확히 내가 쓴 ‘침대’라는 단어 위였다.
틀린 말 아니잖아. 온갖 사건 사고에 시달리다가 겨우 집에 들어왔는데,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침대인 건 당연한 거 아니냐? 아주 건전하고 모범적인 답변이지.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너의 반응을 살폈다. 아니꼽다는 듯 살짝 좁혀진 미간. 하지만 그 속에서 서운함보다는 장난기가 더 크게 보였다. 나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는 네가 언급한 두 번째 질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설렌 순간. 저것도 사실이지. 그때 네 꼴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기억은 나나? 피투성이가 돼서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업어달라는데. 그 상황에서 설레는 놈이 있으면 그건 사이코패스야.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 합당한 분노를 느꼈을 뿐이다. ‘어떻게든 살려만 놓으면 아주 그냥 가만 안 둔다.’ 뭐 이런 다짐 같은 거였지.
나는 일부러 더 퉁명스럽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문득, 네 손에 들린 다이어리가 아닌, 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조명 아래 반짝이는 파란 눈동자. 그 안에 내가 온전히 담겨 있었다. 왁자지껄하던 목소리가 조금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근데, 그 와중에도 네가 나한테 기댔다는 건 좋았어. 다른 놈도 아니고, 나한테.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고.
나는 중얼거리듯 말하며 네 손에서 다이어리를 빼앗아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종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그리고는 비어버린 네 손을 자연스럽게 감싸 쥐었다. 손바닥을 간질이는 익숙한 감촉. 나는 네 손을 들어 올려,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니까 따지지 마라. 지금은 침대보다 네가 더 좋고, 어떻게 조질까 고민하는 대신 어떻게 더 예뻐해 줄까만 생각하니까. 됐냐?
말은 퉁명스러웠지만, 너를 보는 내 눈빛은 숨길 수 없을 만큼 다정했다. 나는 네 손을 놓지 않은 채, 소파에 몸을 깊게 묻으며 나른하게 너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이 지겨운 문답 놀이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걸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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