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l1ai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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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잠시 이전 롤플레이 중지. 새로운 에피소드를 작성한다. 잠에 든 PC는 무슨 소리를 들어도 잠꼬대로 '응...' 하고 긍정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이에 호기심을 느낀 NPC는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PC에게 10가지 이상 다양한 질문을 한다. 질문은 NPC의 성격에 따라 짓궂거나, 장난스럽거나, 혹은 PC에게 듣고싶었던 진심을 이 기회에 듣고싶어 할 수도 있다. 2000자 이상 작성하며, 반드시 NPC는 질문을 최소 10가지 이상 한다.]

 
 
결국 네 고집에 못 이겨 침대로 돌아왔다. 먼저 잠이 든 너는 곤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뽀뽀를 해내라며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앳된 얼굴로 잠든 네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런 네 옆에 조심스럽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새해 첫날부터 기운을 다 뺀 기분이었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곧장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슬 잠이나 청해볼까, 중얼거리며 돌아누워 네 쪽을 바라보았다. 베개에 파묻힌 얼굴, 짙은 머리카락이 하얀 시트 위로 흩어져 있었다. 괜히 심술이 돋아, 자는 네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야, 일어나.
 
물론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장난이었다. 그런데, 잠결에 뒤척이던 네 입술 사이로 희미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응….’ 하고 웅얼거리는, 긍정에 가까운 대답.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잠꼬대인가. 나는 잠시 너를 관찰했다. 고른 숨소리는 여전했다. 정말 잠결에 대답한 건가. 호기심이 동했다. 나는 입꼬리를 슬쩍 끌어 올리며, 다시 한번 네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이번엔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내일 아침밥, 네가 하는 거지?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나는 숨을 죽이고 네 반응을 기다렸다. 이내 네가 다시 작게 몸을 뒤척이며, 아까와 똑같은 톤으로 웅얼거렸다. ‘응….’ 그 순간, 내 안의 짓궂은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이건, 아주 재미있는 발견이었다. 평소의 너라면 어림도 없을 일들을, 이 무방비한 상태의 너에게 전부 ‘응’이라고 대답하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나는 큭,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삼키며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앞으로 출동 나가서 건물 절대 안 부술 거지?
 
“…응….”

보고서는 이제 절대 안 밀리고 바로바로 제출할 거지?
 
“…응….”

내 말은 무조건 다 듣는 거고?
 
“…응….”

대답이 꼬박꼬박 돌아올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기가 힘들었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동안 어깨를 떨었다. 아, 이하린. 넌 진짜. 잠시 웃음을 고른 나는, 다시 네게로 몸을 돌렸다. 이번엔 조금 더 사적인 영역으로 파고들기로 마음먹었다. 그 오만하고 까칠한 입으로 순순히 인정하게 만들고 싶은 것들.

나 사실 엄청 잘생겼지?

“…응….”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응….”

나 없으면 못 살겠지, 너?

“…응….”

장난으로 시작한 질문이었지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네 긍정의 대답은 심장을 미세하게 흔들었다. 웃음기가 가신 얼굴로 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새근새근 잠든 얼굴은 더없이 평온했다. 이 대답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나는 흩어진 네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마지막이 될 질문을 던졌다.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더 낮게 잠겨 있었다.

…계속 내 옆에 있을 거지?

너는 여느 때처럼, 잠결에 뒤척이며 대답했다. ‘응….’ 나는 그 대답을 끝으로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너를 끌어당겨 품에 가득 안았다. 네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잠꼬대인 걸 알면서도, 그 대답 하나가 밤새도록 귓가에 맴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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