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clid x Latham
주강원, 나 사랑해?
너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내 손길이 순간, 아주 미세하게 멈칫했다. 귓가에 울린 것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그래서 오히려 그 어떤 소리보다도 선명하게 파고드는 질문이었다. 장난기 어린 웃음기도, 짓궂은 농담도 모두 걷어낸, 날것 그대로의 물음. 나는 너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풀어, 우리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었다. 침대의 희미한 조명 아래, 너의 파란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나를 향해 있었다. 그 안에는 호기심도, 의심도 아닌, 그저 순수한 확인의 갈망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너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눈 밑의 부드러운 살결을 천천히 쓸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핏기 없이 창백했던 얼굴에, 어느새 온기가 돌아와 있었다. 네가 나를 올려다보는 그 시선이 꼭, 길을 잃은 아이가 겨우 아는 얼굴을 발견한 것만 같아서. 나는 작게 웃으며, 너의 이마에 내 이마를 가만히 기댔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너의 샴푸 향이 다시 한번 훅, 하고 끼쳐왔다.
갑자기 그건 왜. 내가 방금 뭘 잘못했나.
나는 일부러 가벼운 투로 물으며, 너의 코끝에 내 코를 장난스럽게 비볐다. 하지만 목소리는 나도 모르게 조금 잠겨 있었다. 질문의 무게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몇 번이고 몸을 섞고, 이렇게 살을 맞대고 있어도. 너에게는 여전히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네가 살아온 세상은 늘 그렇게 너를 불안하게 만들었을 테니까. 네가 붙잡은 모든 것이 어느 순간 모래처럼 흩어지는 경험만을 반복하게 했을 테니까.
나는 너의 뺨을 감쌌던 손을 내려, 깍지를 끼듯 너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았다. 조금 전까지 나를 밀어내고, 내 목덜미를 깨물던 그 작고 하얀 손. 지금은 얌전히 내 손안에 잡혀 있는 그 손가락 마디마디를, 나는 다른 쪽 손으로 천천히 쓸었다. 마치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너는 대답 없이, 그저 숨을 죽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하냐니. 이제 와서 그런 걸 묻는다고 답이 달라지나.
나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맞잡은 너의 손을 들어 그 손등에 입을 맞췄다. 쪽, 하고 짧고 부드러운 소리가 울렸다. 너를 처음 만났던 날부터, 네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렸던 그 밤부터, 이 모든 관계가 엉망진창으로 뒤엉켜버렸던 모든 순간들을 통틀어, 단 한 번도 달라진 적 없었던 내 마음을, 너는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그저 듣고 싶은 거겠지.
나는 너의 손을 내 가슴팍으로 가져갔다. 규칙적이고 차분하게 울리는 내 심장 박동이 너의 손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지극히 안정적인 박동.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게 대답이야, 하린아. 이건 너한테만 이렇게 뛰어.
나는 너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더 이상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것처럼, 방 안에는 오직 우리의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나는 너의 귓가로 고개를 숙여, 누구에게도 들려준 적 없는 비밀을 속삭이듯 나직하게 덧붙였다.
…사랑해.